2025. 3. 6.
아그야, 니가 우째 그리도 보채쌌냐?
너만 숨 넘어가는 줄 알겄냐?
나도 이토록 숨 넘어 가긴 내 생전 첨이다.
넌 배가 쪼까 고팠을 테지만 나는 더 땜시 환장하겄다.
너그 주인이 길 잘못 들고,
안즉도 개않타꼬 여유부린 잘못도 있다마는
고렇게 꼴깍꼴깍 거리믄서 사람 애간장 다 태우믄
니 속이 편하다냐?
길 나설 때만 해도 200리 길은 갈 것 같드만
고 새를 못 참꼬 다 소화시켜 버리믄 우짠다냐?
애초부터 내가 너캉 동행이 된 게 잘못이제.
첫 만남에 수시로 밥 달라꼬 조르는 폼이 우째 껄쩍찌근 하더라니
그려 우리가 잘못혔다 치자.
아침에 밥도 안 주고 길 나선 죄.
니가 참아줄 거라고 믿은 죄,
도착해서 밥 주겄다꼬 미룬 죄,
너그 주인이 쉬지도 않고 떠들다가 길 놓친 죄,
나가 길잡이 노릇 못한 죄,
그랑께 할 말은 없다마는
그려도 그렇제
충전 게이지가 20% 까지 내려 올 때 까지만 해도 봐 줄 것 같더니
10km도 못 가서 5%가 뭐이가?
아, 그라몬 진즉에 좀 크게 소리내어 울던가.
니가 무신 요조숙녀 처럼 그리 교양 떤다고 입만 삐쭉거리고 있다냐?
지발 좀 참아라, 참아라!
어르고 달래서 식당(충전소)에 도착하니 2%가 남았다니
뱃 속에 거렁배이가 들었다냐?
휘유!!
긴급 심폐소생술로 너를 살려서 천만다행이다만
까딱하다가 너 땜시 키 덮에 쓰고 옆집에 소금 얻으러 갈 뻔 했잖여.
나가 100살까지는 살라 그랬더니 꿈 깨야 쓰겄다.
에혀~!
그래도 카드 두 번 찍고 니가 배 불리 밥 먹는 동안
면사무소 돌담 아래서 겨우 큰개불알풀 하나로 뽕이라도 땄으니
고맙다꼬 캐야겄제?
인자 다시 니캉 같이 다니믄 내 손에 장 지진다. 우이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