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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탐사 일기

사흘 간 섬지역 식물상조사 마무리

by 여왕벌. 2023. 5. 8.

2023. 5. 5~7.
 
사흘 간의 섬지역 식물상조사 1회 차를 마쳤다.
 
강풍과 많은 비가 예보되었지만 출장 신청이 되어 있어서  8시에 출발 오후 2시가 넘은 시각에 현지에 도착하였다
빗줄기가 그리 세지 않아서 우산을 쓰고라도 시작을 해볼까 했는데
짬뽕 한 그릇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여름 태풍처럼 몰아쳤다
이럴 땐 일기 예보가 어찌 그리 잘 맞는지.

결국 첫 날은 비바람으로 조사지 주변 탐사 가능 진출입로와 가장자리 식물을 대충 살펴보고 표본 채집도 못하고 후퇴하였다.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비바람이 여름 장마 수준이었으니 우산 쓰고 잠깐 차에서 내렸다가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옷만 다 덪고 혼비백산을 하여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둘 째 날은 새벽까지 부슬거리는 비가 걱정은 되었지만 하늘 낌새를 보니 곧 갤 것 같아서 일찍 부터 서둘렀다.
빵과 샌드위치로 점심 겸 간식을 준비하여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숲속으로 너덜지대로 무덤 주변으로 들락날락하며 표본을 채집하였다. 표본은 종당 1점, 보호종은 채집 불가하여 사진 자료만 확보한다.
 
제비꽃, 뽀리뱅이, 솜양지  같은 잡풀떼기에서 부터 김의털아재비, 그늘사초,  가지청사초 같은 벼과 사초과, 산검양옻나무, 사스레피나무, 곰솔.....등의 목본류까지,
일단 모든 종을 채집 표본하고 기록하는 일을 수행해야 한다.
 
꽃이 져 버린 종은 열매가 있어야 표본으로서 가치가 있으니 꽃이든 열매든 달려 있는 것은 모든 종을 채집한다.
목본은 20cm 정도로 열매나 꽃이 있는 가지 하나를 자르면 된다.
꽃이나 열매가 없으면 분포 종이라도 표본으로서 가치가 없으니 채집 불가이다. 꽃이 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8시 50분 현지 도착하여, 9시부터 시작된 작업이 오후 7시에 끝이 났다. 정리한 목록을 보니 150 종이 넘는다.
벼과 사초과 , 목본, 초본 양치식물....
 
눈이 좋은 꽃동무와 나는 식물을 많이 봐서 에지간한 건 다 동정을 할 수 있으니 새로운 종이 나오는 건 놓치지 않는다.
꽃이 없는 목본도 수피와 잎, 가지  굵기 등을 살펴보면 상수리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구분이 쉽게 된다
목본 중에서도 병아리꽃나무와 수령오래돈 이팝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게 의외였다

벼과는 일 년간 공부한 게 많이 도움이 되어 현장에서 이름을 불러주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부족한 양치류 쪽은 꽃동무가 보완하고 하찮은 풀쪼가리는 내가 커버를 한다. 결실기의 제비꽃 종류 하나로 이견이 있었지만 모든 게 이견이 없는 오케이였다. 참으로 거침이 없는 최상의 조합이다.
 
이미 꽃이 다 지고 열매를 달고 있는 제비꽃 종류도 개화기와 결실기의 잎이 달라지지만 잎과 줄기 여부, 털 등으로 동정을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는다. 
 
고깔제비, 낚시제비, 왜제비, 긴잎제비, 자주잎제비, 제비꽃, 긴꼬리제비꽃......,
털제비와 호제비만 빼고 예상했던 제비꽃 종류도 모두 채집을 하였다. 
거기다가 제주도가 아닌 내륙에서 긴꼬리제비가 분포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성과를 올렸다.
긴꼬리제비 같아서 제비꽃 전문가에게서 확인을 받은 결과이다
 

 
표본을 깨끗하게 정리하느라고 물이 있으면 뿌리의 흙을 씻고
현장에서 표본을 만들기 적당하게 손질까지 하여서 채집봉투에 담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다. 
만만하게 봤던 둘레길이 폰에 깔아놓은 앱으로 보니 7km 가 넘는 거리로 나왔다. 헐~!
 
습한 곳이나 풀숲을 다녀야했기에 장화를 신고 7km 가 넘는 임도 산책길을 걸었으니 발바닥이 살려달라고 난리가 아니다.
 
아침에 과일과 커피 한 잔, 점심으로는 샌드위치 하나.
마지막 작업 마무리 한 시간 전에는 지쳐서 걷기조차 힘들고
새로운 채집 대상이 나타나도 그냥 빨리 가고 싶을 정도로 힘이 빠졌다.
주인 잘못 만나서 이게 부슨 고생이냐고 내 몸이 내게 불평을 늘어 놓는 것 같아서 뒤통수가 간지럽다. 
 
어둑할 때까지 진행된 조사 결과 수
년 전 이 곳의 식생조사 자료에 보고되지 않은 방기와 자루나도고사리삼 등 몇 종을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지만 그런 게 힘이 나고 신이 나서 쫓아다니게 한다.
기록한 목록을 보니 150종 정도 된다.
 
대충 소개하면 
 
금난초

 
좀땅비싸리

 
 
윤노리나무

 
 병아리꽃나무


별풍경사초

 
물솜방망이

 
 
김의털아재비

 
옥녀꽃대

 
둥근배암차즈기

 
 
자루나도고사리삼

 
 
쥐꼬리풀

 
 
목포용둥굴레

 
 
진황정

 
 
골무꽃

 
 
방기

 
 
좀딱취

 
 
청쌀새

 
솜양지꽃

 
자생하는 이팝나무

 
검노린재나무

 
 
7시 30분에 숙소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 후 숙소에 돌아와서 표본을 정리하여 누르는 작업을 끝내니까 11시 30분 
그제사 씻고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사흘 째는 4시간 20분 거리의 안동까지 귀가해야 하기에 오전만 조사하고 마치기로 하고 둘째 날 보더 한 시간 더 빠르게 움직였다.
기존에 타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와 지형을 보고 조사할 장소를 정한 후
목적지로 가는 길 도로변에서도 벼과 식물과 초본식물을 채집하면서 목적지에 도착.
 
어제와 다른 산을 중심으로 해안과 산지를 조사하였다.
 

 
 
여기서 대박을 쳤다.

멀구슬나무


자란의 대단위 분포를 확인한 것도 있지만

 
멸종위기식물 2급인 끈끈이귀개 군락을 발견한 것이다
이 녀석은 보호종이라 채집을 하면 안 된다.
사진만 찍어서 보고하면 된다.

 
가랑비도 다시 내리기 시작하고 시각도 12시 가까이 되어서 조사를 마무리한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주유를 하고 간식거리를 사 가지고 집으로 출발이다.
 
오는 도중 졸려서 휴게소에 들어가 20분 눈 붙인다는 게 1시간이 넘도록 자 버렸다.
꽃동무가 깨우는 바람에 잠을 깨긴 했는데 깨고 나서도 비몽사몽간이라 한참을 몽롱하여 반수면 상태 같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연결되는 사흘 연휴라 고속도로가 군데군데 정체되어서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8시 경 안동에 도착 해서 점심 겸 저녁 식사로 첫끼를 해결하니 살 것 같았다

씻지도 못하고  어제 표본 누른 거 새 신문지로 갈아끼우고 오늘 표본한 거 압착하고 나니 12시를 넘기고 1시 30분이다.
졸음이 쏟아져서 거의 눈을 감고 작업을 하였다. 허리도 뒤틀리고 어깨도 아프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몸까지 상하면서 할 일은 아닌데 그래도 재미있으니  
내가 전생에 식물 관련 중요한 일을 했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까지 든다. ㅎㅎ

이틀간 채집한 표본이 180 종을 넘었다.
 
호남에 제출해야 할 표본이 식물 종 150종 이상을 기본으로 한 표본 300점이다(조사 장소에 따른 중복 표본까지).
이미 1회 차 조사에 제출해야 할 종 목표를 넘겨 버렸다.  화이팅이다.
 
먼길에다가 무리한 일정과 작업으로 엄청 힘들고 피곤하였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거뜬하다.
이렇게 거뜬하게 넘길 수 있는 체력을 주신 엄니 아부지 감사합니다
 
여왕벌 슈퍼 파워.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