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와 첫 야영지> 1993. 12. 30.
카투만두에서 1박 한 후 포카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기 위하여 트리부반 공항까지 버스로 이동을 하였다.
이리 저리 엉기는 차량을 뚫고 10여 분 후 공항에 도착하니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모른단다.
무슨 일인가 하여 귀동냥을 하니 뭐 높은 고관 나리께서 움직이기 때문에 공항이 대기 상황이라나?
아무튼 조바심 나는 반나절을 다 보내고서야 우리의 비행기가 뜨긴 했다.
25인승 경비행기로 히말라야 계곡 사이를 곡예를 하듯 30여 분을 날았다.
예약된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여 오전 내내 조바심하며 짜증스러웠던 기분은 스치듯이 지나가는 나무 숲과
부딪칠 것 처럼 다가오는 산 옆구리, 붉은 계단식 논과 드문드문 보이는 부락의 아름다움,
만년설이 녹아 계곡 사이를 실같이 흐르는 강 줄기, 멀리 조망되는 히말라야 연봉들의 감격으로 말끔히 보상되었다.
드뎌 우리의 작은 비행기는 포카라 비행장에 안전하게 착륙하였다.
팔랑개비 같이 가벼운 비행기가 계곡 사이를 날을 때 얼마나 흔들리는지 추락하지나 않을까 하여 온몸에 힘을 주었더니 팔 다리가 뻐근하다.
내가 용을 쓴다고 뭐 떨어질 비행기가 다시 날아 오를 리도 없것만...
히말라야를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다. 멀리 히말라야 연봉은 구름에 가려져 안 보인다
카투만두에서 서쪽으로 200㎞떨어져 있는 호반의 도시 포카라는 그저 작고 한적한 도시였으나
산악인들을 태운 비행기의 왕래로 안동 버스터미널 정도의 작은 공항 대합실이 언제나 북적거린단다.
카트만두는 해발 1320미터가 넘는데 포카라는 그보다 500미터나 낮은 해발 820미터 밖에 안 된다.
안나푸르나를 목적으로 각국 사람들이 찾는 네팔 제 2도시 포카라 공항이지만 공항 앞 거리는 한적한 시골 길을 연상할 정도로 소박하였다.
공항 앞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탑승을 하여 40 여 분 달렸다.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를 맞는 포터 일행의 대표가 붉은 꽃다발을 하나씩 건네면서 환영을 한다. 오른쪽 버스가 우리가 타고 온 버스다.
이제 바야흐로 트레킹이 시작된다.
큰 배낭과 야영을 하기 위한 짐은 포터들이 지고 앞서 가고 우리는 가벼운 작은 주머니 하나만 허리에 꿰차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포터들이 우리 짐과 식량은 물론 식탁과 의자까지 옮겨주었는데 포터 대장과 포터, 또 포터의 급에 따라도 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듯하였다.
우리의 트레킹은 히말라야 연봉 가까이로 접근하는 코스가 아니라 연봉들을 멀리서 조망하면서 걷는다고 한다.
옛날 네팔 왕의 사냥길이라고 안내를 하였다.
포카라의 낮은 저지대는 이렇게 겨울임에도 상록수들이 싱싱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길을 따라 계속 걸으니 소박한 산록 마을이 정겹게 나타나고
눈망울이 큰 아이들은 흔하지 않은 관광객 모습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뒤따라 온다.
조금 높은 능선에 올라보니 뒤로 히말라야 연봉이 구름에 덮여서 희끗희끗하다. 오른쪽이 안나푸르나 2 봉인 것 같다.
산지에는 군데 군데 마을이 있었다. 산록의 그들은 꽃을 좋아하였다.
복숭아나무 만한 포인세티아로 울타리를 꾸몄고, 집 뜰에 심겨 있는 맨드라미와 메리골드, 백일홍 같은 꽃들은
우리의 시골집을 연상시켜 주었다. 꽃을 보고 반가워하는 내게 인상 좋은 주인이 꺾어 준 노란 메리골드 향기는 종일 나를 흐뭇하게 하였다.
산지에 만들어진 구불구불 비어 있는 다랭이 논이 겨울임을 말해 준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가게 앞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무를 깎아서 만든 놀이판 위에서 붉고 흰 둥그런 표적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모서리 구멍에 들어가게 하는 놀이 같은데
당구와 비슷한 게임 같았다. 재미 있어 보여서 잠시 어울려 보았다.
깃발이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을 주민들의 신앙과 관련하여 공동으로 이용하는 곳이거나 관공서일 가능성이 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부겐베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고산지라서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을에서는 공동 우물이나 샘물로 식수를 해결한단다.
그러기에 세탁이나 목욕은 중요한 행사나 있어야 가능한 생활이라서 씻는 것은 거의 생략하고 있었다.
씻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체취는 다소 견디기 힘들었다.
볕 좋은 곳에 자리한 산록의 주택은 붉은 흙과 나무, 돌로 지은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집 주변에는 부겐베리아나 포인세티아가 붉게 꽃을 피우고 파초는 넓은 잎을 저고리 소맷자락처럼 펄럭거리고 있었다.
오르락 내리락 네팔 왕의 사냥 길을 따라 마냥 걸었다.
포카라에 내려서 잠시 보았던 히말라야 연봉이 이젠 작은 산에 가려지면서 보이지 않는다.
저녁 무렵 드뎌 첫 야영지인 베그나스 호수에 도착하였다.(나는 이곳을 페와 호수로 잘못 알고 있었다)
이미 포터들은 야영 준비를 하고 있다. 친구와 함께 텐트를 지정 받아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여행사에서는 현지인들로 구성된 조리사들을 고용을 하여서 우리 일행의 식사를 맡겨 두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돼지 바베큐였다. 현지 요리사는 복장까지 갖추어 입고 바베큐 고기에 양념을 뿌리기에 여념이 없다.
화장실은 천막으로 빙 두르고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걸쳐 놓았다.
트레킹 중에 가장 큰 문제는 씻는 것인데 포터가 길어 온 식수통 꼭지를 쫄쫄 틀어 놓고 고양이 세수를 해야 했다.
고지가 높은 산록을 따라 계속 걷기 때문에 고양이 세수를 하는 물로 머리를 감는다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였고
걷느라고 종일 고생을 한 발은 보온병에 받아온 물로 헹구는 정도로 닦을 수 밖에 없었다.
후덥한 낮의 기온에 비하여 첫 야영지의 밤은 너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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