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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친구방

4월 29일(58일째 목욜)

by 여왕벌. 2010. 4. 30.

4월 29일(58일째 목욜)

요사이에는 아침(모~겐) 일곱 시 반에 Camellia SP. 전시온실(샤우하우스)에 출근해도 문이 잠겨있다. 열쇠(슐리쉘)이 없어서 기다린다. 관리인 ‘마리오’가 출근할 때(요즘 좀 늦는 편이어서 일곱 시 사~오십분)가 돼서야 같이 들어갈 수 있다. 이제는 대부분의 Camellia SP. 꽃이 떨어져 별로 청소 할 것도 없다. 그 대신 꽃들을 하나씩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주어야 하는 Rhododendron SP.이랑 Azalea SP. 녀석들을 돌보는데 시간이 많이 빼앗긴다.

청소를 마치자 또 다른 재배온실(숙근초와 관목류 재배장)로 이동하여 “정리”하라고 한다.

해석의 차이? 번역의 차이? 인지 모르겠지만, 식물 재배장에서의 ‘정리’는 굉장히 애매모호한 단어이다. 통역자에게 다시 한 번 물었으나, 왠지 시큰둥한 대답이다. “그냥 깨끗이 하라”는 뜻이란다. 헐~~~ (심하게 얘기하면 화분에 묻어 있는 흙까지? => 식물이 뿌리박아 있는 흙까지? 그리고 식물도 강전정을 하라는 얘기인지. 꽃이 지고 종자가 맺혀 아직 익지 않은 꼬투리는 어떻게 하고? 삽목 되어 있는 것들은? 이런 것들을 질문해도 짜증 섞인 투로 ‘그냥 깨끗이 하면 되죠’다.)

이럴 땐 ㅋㅋㅋ 내 맘대루다~~~ ㅎㅎㅎ(같이 짜증내면 나만 손해라는 느낌? ㅎㅎㅎ)

‘깨끗이’ 시작해보자.

Camellia SP.를 전시하는데 들러리로 재배되는 녀석들이라서 대부분이 접했던 놈들이었다.

다정큼나무는 꽃이랑 열매랑 제거하구. 프리뮬러 종류는 절반만 남기고 나머지는 종자랑 죽은 잎이랑 깨끗이 정리하고, 조록나무도 교목인데 작은 녀석이라 꽃이랑 꼬투리까지 제거하고, 감탕나무科 식물들은 지금 새싹이 돋아날 때라서 묵은 잎은 모두 떨구어 버리고…….

또 허걱!!!

여미지에서도 이 녀석을 찾지 못해서 지금은 멸종(세계적으로도 멸종되었다고 알고 있었음)되어 전시하지 못하고 있는 김정일화(Begonia X tuberhybrida Voss 'KIMJONGILHWA')가 여기에 있다. 아직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꽃향기로 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Michelia figo라는 녀석도 나를 반기듯 무수한 꽃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작보다 끝이 좋아서 바로 끝낼 수 있었다. ㅠㅠㅠ 하루 종일 하라고 한 건데……. 오전에 끝이다…….

오후에는 관리인 ‘마리오’ 혼자서 하고 있는 Rhododendron SP.랑 Azalea SP. 꽃따는 작업을 도와주었다. 아마 지금 같은 속도(?)로 하면 앞으로 일주일은 계속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 Rhododendron SP.랑 Azalea SP. 재배장에는 마리오가 관수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이해하지 못할 방법으로 물을 준다. 여기에서는 어디에든 수도꼭지가 있는 곳은 빗물, 수돗물, 이온수 이렇게 세 종류의 수도관이 따로 따로 설치되어 있다. 식물에 따라서, 시기에 따라서, 각각의 물을 단용 또는 혼용하여 관수한다. 방법도 각각의 식물에 따라서 화분을 들어 무게로 판별하거나, 화분흙을 만져보아 판단하거나, 화분의 흙을 긁어 흙이 젖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여 판별한다. 그래서 ‘직감’으로, ‘경험’으로, ‘스승의 가르침에 의한’ 방법으로 식물을 다룬다는 얘기다. 이런 것을 두고 숫자로? 글자로? 표현할 수 없어서 ‘관리메뉴얼’ 또는 ‘관리방법’이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