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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사진/여왕벌 사진 자료

네팔 트레킹1(1993. 12. 29~1994. 1. 7)--그리운 히말라야

by 여왕벌. 2003. 1. 14.

 

 

멀리 히말라야를 조망하며, 뾰족한 마차푸차레, 머리 뒤에 살짝 가려진 안나푸르나 남봉 1994년 1월

 

 

벅찬 기대를 안고 수도 카투만두 상공에서 시가지를 내려다 본 첫 느낌, '붉다!' 는 것이었다. 그 느낌에 대한 의문은 산록을 트레킹 하는 동안 풀리게 되었다. 산지를 형성하고 있는 토질이 붉은 색이라서 건물의 벽이 붉으니 붉은 인상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네팔은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힌두 왕국이란다. 관공서나 호텔, 식당에는 왕과 왕비의 사진이 걸려 있다. 마치 예전 우리네 학교 교무실에 대통령 사진 걸어놓듯이.  봉고 버스를 타고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호텔 밖에 걸어 놓은 붉은 환영 현수막을 보고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트레킹 하러 오신 손님께서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국 여행객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기에 고객을 기분을 맞추려는 호텔측의 상술이겠지만 어법에 맞지 않는 서툰 글씨라도 그 정성이 애교스러웠다.


짐을 옮겨주며 방까지 안내를 하던 호텔 종업원은 내 목에 걸고 있던 하회탈 목걸이에 자꾸만 눈길을 주었다. 1500원짜리 목걸이라 부담도 없고 기념도 될 것 같아서 선뜻 건네주자 종업원은 깊숙이 허리 숙이며 만족스런 얼굴로 돌아갔다.


그런대로 깨끗한 숙소에서 1박 후, 25인승 경비행기로 히말라야 계곡 사이를 곡예를 하듯 30여 분을 날았다. 히말라야를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네팔 제2의 도시 포카라. 카투만두에서 서쪽으로 200㎞떨어져 있는 호반의 도시 포카라는 그저 작고 한적한 도시였으나 산악인들을 태운 비행기로 안동 버스 터미널 정도의 작은 공항 대합실이 언제나 북적거린단다.


예약된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하여 오전 내내 조바심하며 짜증스러웠던 기분은 스치듯이 지나가는 나무 숲과 부딪칠 것 다가오는 산 옆구리, 붉은 계단식 논과 드문드문 보이는 부락의 아름다움, 만년설이 녹아 계곡 사이를 실같이 흐르는 강 줄기, 멀리 조망되는 히말라야 연봉들의 감격으로 말끔히 보상되었다.


8박 9일 동안 마을을 찾아 하루 종일 걷고 야영으로 숙식을 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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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의 기온차가 심하고 물이 부족한 고원이지만 멀리 거대한 설산을 보면서 살고 있는 그들은 얼마나 순수할까?

야영지의 밤, 달빛에 빛나는 설산이 이마에 닿을 때,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충동으로 가슴은 벅찼다.


히말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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