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0.
이 무더운 폭염에 표본 제작과 종자수집으로 연일 땀으로 샤워 중이다.
오전 이른 시각에 나가서 채집을 해 오면 짐을 풀기도 전에 찬물부터 덮어써야 살 것 같다.
고온의 날씨에 야외 작업으로 인한 온열질환 증세로 체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병원행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어서 걱정이긴 한데,
큰 우산을 받쳐들고 시원한 물과 간식을 차에 싣고 폭염에 대비를 하고 있다. 내 체력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뒷받침 해 주는 이유도 있어서 무더위에도 연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채집봉투나 종자망을 열어 보면 거미며 개미, 무당벌레, 노린재 등 작은 벌레들이 따라 들어와서 방구석에 마구 기어 다닌다. 그나마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은 성격이라 그넘들이 내게 발견되는 즉시 사망이지만 벌레를 겁내는 성격은 이런 작업도 어려운 것 같다.
가시상추나 엉겅퀴, 씀바귀 등의 국화과 열매는 갓털이 날아다녀서 청소기를 돌려도 여기저기 털이 날아 올라서, 방이 지저분해지기 일쑤이다.
낮동안 채집한 표본은 저녁에 압착 작업을 하는데 양이 많을 때는 12시를 넘기기도 한다.
장마기간에는 표본 건조가 쉽지 않아서 갈변이나 곰팡이가 쓸기도 하는데 건조기 도움 없이 자연 건조를 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니 건조기를 살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서 포기했다.
장마 이후에는 폭염의 볕이 아까워서 옥상에 올려 놓고 땡볕의 도움을 받아서 건조를 한다. 얼마나 뜨거운 폭염인지 에지간 한 것은 하루 볕만 쐬면 건조가 다 되고 두꺼운 것은 적어도 이틀이면 완전 건조가 될 정도이다.
오잉??
건조 진행이 잘 되어서 아주 신이 나 있었는데, 어제 오후에 옥상에 올라갔다가 황당한 쪽지가 붙어 있는 걸 발견하였다.
헐!!
남의 숭고한 노동의 결과물을 보고 쓰레기라니.
떽끼다!!
관리실 측에서 표본을 압착한 골판지 묶음 야책과 종자망의 풀을 보고 쓰레기를 버린 걸로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아니 누가 쓰레기를 옥상까지 들고 올라와서 버린다냐?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쓰레기가 아니란 걸 잘 알텐데 말이다
어이가 없어서 붙여놓은 종이를 뜯어서 버리고 야책과 종자망을 들고 내려왔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일반인들이 야책이 뭔지도 모를 것이고 골판지를 차곡차곡 묶어 두었으니 빈 종이박스를 잘라서 묶은 쓰레기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하루 채집한 표본과 종자를 정리하여 오늘 아침에 다시 옥상에 가져다 놓고 이렇게 답을 달았다.
ㅎㅎㅎ 이제는 쓰레기 치우리고 하지는 않겠지?
무더운 여름 하루 작은 헤프닝으로 웃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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