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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발길 따라

문경 돌리네습지를 찾아서

by 여왕벌. 2021. 3. 3.

2021. 2. 28.

 

몇 년 전부터 가 봐야지 하다가 결국 봄이 한 발짝 다가오는 2월 말일에야 이 곳을 찾았다.

네비에 검색을 하니 여기서는 45km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너도바람꽃이 피는 계곡 가는 도중이라 겸사겸사 길을 나섰다

 

돌리네란 석회암이 빗물과 지하수에 용해되어 발달한 접시모양의 웅덩이이다.

이 곳 돌리네습지는 마을 뒷산 굴봉산 정상부에 형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석회암 지역 정상부의 습지에는 물이 고이기 쉽지 않은데 비하여

이 곳은 물이 고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습지였던 것이다.

 

이 돌리네 습지는 주변 산지의 지하수면 상부에 형성된 산간 습지로서

산을 형성하고 있는 석회암이 용해되면서 만들어지는 불투수성 광물질인 테라로사가 생성되어

물의 침수 정도가 낮아지고 그 위에 주변 붉은점토질 흙이 쌓이면서 습지가 형성된 것이다.

 

습지 아래 마을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안내판을 들여다 보면서 방향을 찾는데

깔끔하게 정비된 마을 빨래터가 눈에 들어 온다. 

수령이 오랜 향나무에는 정월 보름을 맞아서 새롭게 걸린 당줄이 주민들의 염원을 지켜주고 있다.

 

 

 

산 위쪽 돌리네습지에서 잦아들어 스며 내려온 물이 이 마을 아래서 용출되어 흘러내리는 것이다.

물이 참 맑았다.

 

주차장에서 습지 입구까지는 500 여 미터 거리의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이 길을 걸어 올라 저 언덕까지 가야한다

 

100여 미터 올라가니 또 다른 우물이 니타난다.

 

얼핏 들여다 보니 도롱뇽이 헤엄치고 있어서 한참을 신기하게 들여다 보았다.

물이 깊지 않은 바닥에는 너댓마리의 도롱뇽이 죽어 있었고

여러 마리의 도롱뇽이 죽은 듯 있다가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벌써 알을 낳았는지 똬리처럼 둥글게 말려있는 알집도 보인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니 신선도는 유지되긴 하겠지만 좁은 우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도롱뇽이 애처로운 느낌이든다

 

 

볕 따신 남사면 산자락길 주변에는 벌써 산수유가 꽃술을 터뜨리고 있었다. 

 

산자락 바위에는 수까치깨 열매가 새로 터를 잡을 곳을 엿보고 있다

 

가파른 길을 숨 가쁘게 올라서 언덕 언덕 위의 안내소에 도착하니

해설사 명패를 목에 걸고 있는 두분이 반갑게 맞아준다. 

오른쪽 옆으로 우묵하게 꺼진 분지 모양의 지형이 눈에 들어 온다.

 

이 곳 습지를 관리하는 해설사 어르신이 안내를 해 주신단다.

요즈음 시기에도 방문객이 있냐고 물어 보니 2~3월 초에도 방문객이 제법 있는데

이 곳의 일년 방문객이 4천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에는 일반 관광객도 있지만 이 곳의 식생에 관심이 있는 학자나 학생, 자연탐사가들이 많이 방문을 한단다.

 

오래 전부터 환경부에서는 이 습지를 모니터링하고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문경시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여 관광자원화 하기 위하여 환경부에 건의를 하여

2017년 6월에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습지의 존재가 공개가 된 모양이다.

 

습지를 둘러 싼 산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고 전망대도 보였다.

습지로 들어가는 양옆 과수원 울타리에 쥐방울덩굴과 새삼 열매가 방문객의 눈길을 잡는다.

 

 

한약명으로 토사자라 불리는 새삼 열매는 한약재로 이용을 한다.

여름에 피는 새삼 꽃 모양이다

 

포장된 길이 습지 아래를 향해 있고 습지를 가로지르는 관찰테크도 설치되어 있다.

 

 납작한 동아와 사각모양으로 갈라터진 수피를 보니 선버들이다.

 

이 곳 마을에서 태어나 여기서 주욱 살고 계셨다는 자연환경해설사 어르신의 설명으로는

작년 처럼 비가 많이 온 경우 관찰테크도 물에 잠길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고 한다.

습지 둘레에 길이가 1km정도 되는 3개의 석회 동굴이 있다고 하는데,  

장마가 긴 여름에 습지에 고이는 물이 석회동굴을 통하여 빠지는데 40여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편평하던 습지 바닥이 세월이 지나면서 한쪽에서부터 점점 더 꺼지고 있다고 하는데

습지 아래 석회암 성분이 녹아내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수긍이 되었다.

 

관찰로에서 내려다 보니 서너 곳의 웅덩이를 제외하고는 물이 말라 있었는데

바닥 한쪽이 깊게 웅덩이를 이루며 꺼진 모습과 함께 침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습지바닥에는 물억새가 우점하며 사초들과 어울려 있었고

큰 버드나무와 신나무가 들어서서 물억새와 함께 적당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무와 물억새가 적당히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번식력이 좋은 물억새가 점점 자리를 넓혀가게 되면

습지 식물들의 설자리가 줄어들면서 도태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버드나무도 아주 쉽게 번져서 자라기 때문에 어린 버드나무가 번식하는 것은 어느 정도 관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

 

 

이곳 습지에는 삵, 수달, 담비, 구렁이 같은 멸종위기야생동물과 함께

들통발, 낙지다리, 옹굿나물 같은 희귀특산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방문객들의 출입이 잦아지면 외래식물의 유입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습지보호를 위하여 주변의 농지를 매입해서 훼손지역을 복원시키고 있는데

습지 주변에는 지금도 경작중인 오미자나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봄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의 움직임이 보이기도 하였다.

 

 

습지에 인접하여 만들어진 포장된 산책로는 습지 주변 논과 수변지역을 분리시켜 버리는 모양새가 되어 안타까웠다.

혹시나 이 길로 인하여 습지 생태에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싶은 노파심이라고 해 두자.

 

다른 지자체에서 습지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습지의 식생을 원전히 파괴해 버린 경우를 여러 차례 봐왔기에 우려가 되는 마음이 드는 것일 게다. 돌리네 습지의 중요성으로 인하여 이 곳을 국가에서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두었을테니 습지의 생태와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함께 이루어지는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습지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산과 숲을 매일 돌고 계시다는 어르신은

주변의 나무하나 풀 한포기도 일일이 기억하고 있다고 하신다. 

 

주변에서 벼과 식물을 찾아 보다가 옹굿나물 삭정이가 남아 있는 모습에

이 녀석도 희귀특산식물이라 일러드리니 처음 보신 듯 수첩에 기록을 하신다.

공부에는 나이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늦게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분들이 오히려 더 열심이다. 

 

고향의 습지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신 분이 이렇게 관리를 하고 계시니

덕분에 습지가 안전하게 유지가 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다. 

 

겨울이라 녹색의 모습을 보지 못하여 아쉽긴 했지만 늦은 봄날 다시 한 번 가 보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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