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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

싼타선생님

by 여왕벌. 2016. 12. 23.


"우와~!!!!"

아침부터 학교 안이 떠들썩합니다.

울 학교 제일 꼬맹이 유치원생인 네실박이 지유는 두려운 표정으로 쌤 뒤에 숨어서 잔뜩 긴장한 모습입니다.


"우하하~~~~~!!! "

"ㅋㅋ...."

"푸하~~~!"


그 모습을 보던 선생님들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신나는 크리스마스 캐롤 음악이 울리는 폰을 틀고 따라다니는 교무부장이 제일 심하게 파안대소하고 있네요.


"오~!! 허허허.....!!! 메리크리스마스"


빨간 옷과 가발을 쓴 싼타 선생님이 능청스럽게 아이들에게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면서 싼타크로스 흉내를 냅니다.


"어~!! 5학년 쌤이다~!!'


눈치 빠른 다섯살박이 주희가 한 살 더 먹은 티를 냅니다.


아이들 얼굴에 환한 웃음이 돌고 산타 할배가 전해 주는 선물을 받고서 뽀뽀를 해댑니다.

머뭇거리던 꼬맹이 지유도 싼타할아버지 품에 안깁니다


선물을 받았으니 싼타할아버지 한테 장기 자랑 보여 드리라 하니까

아기 새 처럼 자그만 입을 방싯거리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함께 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저도 가슴에서 부터 짜르르 엔돌핀이 퍼져 나가는 것이 느껴집니다

3명의 꼬맹이가 차지하고 있는 유치원 교실은 온통 행복 바이러스로 힐링이 되고 있습니다.

 






근데 정작 아이들보다 샘들이 더 신이 난 것 같아요.

교무부장샘은 음악을 틀고, 오늘따라 빨간 외투를 입고 와서 분위기를 맞추어 주는 3학년 최샘은 

아이들 이름이 적힌 선물을 골라서 산타할배를 보조 하고 있고 6학년 쌤은 연신 셔터를 눌러 댑니다. 


바로 옆 1-2학년 교실에 들어가니 캐롤을 부르고 있던 아이들이 산타를 보자 환호를 지릅니다.

역시 한 녀석이 싼타 목소리를 듣고서 5학년 샘이라고 고자질을 합니다. ㅎ

가짜 싼타할아버지라는 걸 알지만 선물 봉지를 받은 아이들은 신이 나고 덩달아 선생님들도 신이 납니다.






"똑똑~!"

어제 오후 교장실에 들어온 5학년 샘이 크리스마스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어 놓았습니다.

내일 싼타복을 준비해 올테니 아이들 선물을 좀 지원해 달라고 합니다.


나는 미처 생각을 하지도 못했는데 샘의 기발한 생각에 쾌히 승낙을 하고 선물 구입비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교무실이 부산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은 장남감과 먹거리와 양말로 선물 봉지를 만드느라고.

마지막 등교생 머루가 도착하자 선생님들은 각자 역할에 따라 다들 교실을 방문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였던 것입니다.


선물을 받아든 아이들은 싼타할아버지와 함께 행정실이며 급식실이며 방문하여서

급식도우미님, 스쿨버스 기사님, 교무행정사님께 크리스마스 축하와 함께 작은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울 학교 샘들은 참 따뜻한 분들입니다 . 

유치원 3명, 초등 15명의 아이들이 행복하고 재미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몸을 사리지 않습니다.


결손 가정이 많아서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는 녀석들니 꽤 많거든요.

학교에서 준비하는 간식거리도 있지만 샘들이 주머니를 털어서 매일 먹거리를 준비하여 아침밥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몰래 옷도 사입히기도 합니다.


학교에서는 분기별로 생일잔치와 함께 가까운 온천에 가서 목욕을 시키기도 합니다

12월 스키체험학습을 가기 며칠 전에도 목욕행사를 치렀는데 어떤 녀석은 때가 끝없이 나오더란 이야기로 한참 웃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 몸을 씼겨서 돌아오는 선생님들을 파김치가 됩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벗은 몸으로 엄마 아빠와 같은 마음을 나누게 됩니다. 목욕행사는 바로 그걸 노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울 학교 아이들은 선생님이 참 만만한 삼촌, 언니 오빠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늘 크리스마스 행사가 아마도 올해 마지막 행사일 것 같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참 흐뭇하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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