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27.
우와 물이다~~!!!
차가 하천 주변에 멈추자 모두 바지를 걷고 물로 뛰어든다.
남자들은 한쪽에서 속옷바람으로 물에 들어가서 몸을 씻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자들이 좀 민망하여 고개를 돌리기도 했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나중에는 무감각해져서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다.
이동을 하다가 목적지 도착하면 베이스캠프를 차려야 했던 우리의 가장 큰 불편한 점이 씻는 문제였다.
그러니 이동 중에 깨끗한 하천을 만나면 무조건 물로 뛰어 들어서 머리를 감고 허드렛물을 확보하였다.
빈 생수통 큰 거 하나를 들고 하천물을 담는데 물 색이 노르스름할 정도로
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단지 물에 머리를 감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웠던지.
하천에서 길어온 물은 식재료를 씻고 설겆이를 하는데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한갈호수 주변과 툴강을 제외하고는
은하수 촬영팀을 배려하는 베이스캠프 야영지가 전망이 확 트인 산지 언덕으로 정해지는 바람에
물을 가까이 할 수 없다 보니 씻는 게 가장 불편한 문제였다.
이 정도의 하천은 가축들의 물 공급과 샤워장으로 이용되었는데 그 물에 우리가 몸을 씻고 있었던 것이다
이틀 후 우리가 머리를 담던 이 곳을 다시 지나는데 말 떼가 하천에 들어와서 물을 먹고 있었다.
2022. 6. 29.
헨티산맥 가까이 접근하다 보니 우리는 러시아 국경 경계지역까지 가게 되었다.
주둔 부대 책임자의 허락을 구하려고 기사 친구분까지 나섰지만 촬영은 불가하다는 말에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서야 했다.
국경지대이다 보니 관광객이 여기까지 오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기사와 친구는 은근히 들어가 보자는 눈치였지만(그들도 이 국경지대 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쉬운 게 아니니)
촬영도 불가하고 환경을 보아하니 별로 특별한 식생대가 아닌 듯 하여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몽골도 여름이라 덥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습도가 낮으니 무덥지는 않고 햇살이 무척 뜨거웠다. 아마도 자외선 투과량이 매우 강할 것 같다.
그늘로 들어서면 아주 시원하였지만 이누무 파리 떼와 등에 때문에 온몸이 벌집이되어야 했다.
러시아 국경지역을 포기하고 돌아 오면서 산지를 탐사하는데 어찌나 날씨가 덥던지 다들 뜨거운 햇살에 지쳐 있었다.
꽃고비와 날개하늘나리 이외에는 대부분의 식생은 거의 비슷하였기에
땀 범벅이 되어 지친 일행들은 더 이상 촬영을 포기하였다.
행동식 주먹밥으로 준비해 두었던 점심도 차에 싣지 않아서 허기도 떼우지 못하고 있었으니
다들 이제는 빨리 씻고 쉬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야영지로 되돌아 오는 길에 오논강에서 목욕을 하기로 하고
오논강 다리 앞에서 차에서 내린 일행들은 카메라를 꺼내 들고 후르공을 앞질러서 바쁘게 달렸다.
이 곳 몽골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다리를 촬영하기 위해서다.
몽골의 고속도로나 큰 도시의 도로에는 콘크리트다리가 준설되어 있지만
시골 지역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는 굵은 사각의 나무기둥을 다리 바닥에 깔아놓은 나무다리였다.
물론 다리 기둥은 철골 기둥이었지만 우리 눈에는 자동차가 나무다리 위를 건넌다는 게 참 신기하였더랬다.
오논강 다리를 건넌 뒤 강 아래 쪽에서 거리를 두고 남자들은 너도나도 옷을 벗고 물속으로 풍덩풍덩 들어 갔다.
여자들은 멀찌감치서 눈치만 보다가 옷을 입은 채로 다리 기둥 아래로 슬금슬금 들어 갔다.
찬 기운이 온 몸을 휘감으니 살 것만 같았다.
머리를 감고 작은 면 수건에 비누를 묻혀서 옷 속으로 몸을 닦다가 급기야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다들 목욕을 할 생각으로 속옷을 입지 않고 여분의 옷을 준비해 둔 터라
여자들끼리 서로 자연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이 되었다.
남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리이기도 하거니와 나이 많은 아줌마들이라
조금의 뻔뻔함도 옷을 벗어제끼는데 한 몫을 담당한 셈이었다.
노천에서 완전한 태초의 모습으로 목욕한 지는 어린시절 집 앞 냇가에서 멱 감은 기억 이후 난생 처음이었다.
여자들은 서로 우의를 펼쳐서 가림막을 만들어 주면서 세상에 벼라별 경험도 다 해본다고 킬킬거렸다.
나는 사실 둘째 날 숙영지인 한갈 호수에서 해그름 할 때 혼자서 호수까지 가서 목욕을 하고
마른 옷으로 옷을 갈아 입느라고 반 나체가 된 적이 있었던지라 오논강의 알몸 목욕은 두번째라 할 수가 있었다.
원시적 자연인 강수욕 덕분에 개운하고 시원함으로 아주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분 전환이 되었다.
이렇게 그 때 그때 강물을 만나면 씻는 문제를 해결하긴 했는데 물 공급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 수밖에 없었다.
아래는 그날 숙영지 주변의 작은 하천에 있던 작은 나무다리다.
7월 1일~7월 3일
툴강이다.
툴강은 울란바토르 북부 헨티 산맥에서 발원하여 울란바토르 남서쪽으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흐르다가
다시 북서쪽으로 흘러 오르혼강과 합류한다. 그 길이가 704km에 달하는 몽골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오르혼강은 다시 다른 강들과 합류하여 셀렝게강을 만들어 바이칼호수로 흘러든다.
이렇게 몽골의 강들은 주로 호수로 많이 흘러든다. 드물게 북극해나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물줄기를 만들기도 한다.
토요일이라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툴강 주변으로 몰려 나와서 휴식을 하는데
아이들은 물속에 들어가 몰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더운 날씨에 말들도 함께 물속으로 들어간다.
툴강 옆 숙영지, 이 곳에서 마지막 이틀 밤을 보냈다.
잔 자갈이 있는 건조한 곳에 텐트를 치려고 했더니
자갈밭에 텐트를 치면 등이 배겨서 잠 못잔다고 투덜거리는 불편러 때문에
모두 습한 풀밭으로 옮겨서 텐트를 치게 되었는데 습한 기운이 있어서 결국 몇 사람은 건조한 곳으로 텐트를 옮겼다.
다른 사람들의 짐을 습한 곳으로 옮기게 해 놓고는 정작 불편러 본인은 자갈밭에 텐트를 쳤다.
텐트 자리야 본인이 선택해서 자리를 잡으면 될 것을 그것조차 불평을 하는 사람은 단체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 그래, 등이 배겨서 어째 잠이 잘 오던가요?"
사사건건 불평이 심한 불편러에 견디다 못한 일행 몇 사람이 일부러 질문을 던졌는데,
' 다른 사람들이 잠 못잘까 봐 위해서 그랬다' 는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툴강 옆 숙영지의 내 굼벵이 텐트
지붕이 낮아서 앉아 있기는 불편한 단점이 있었지만 똑똑한 플라이 덕분에 비가 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6곳의 숙영지 중에서 물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물의 흐름이 세어서 한쪽 여울에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였다.
남자들은 겉옷을 벗고 몸을 씻었고 여자들은 웃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서 강수욕을 했지만
나는 주변 식물을 살피며 사진을 찍느라 강수욕을 할 시간이 없었다.
밤에는 물이 차서 물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수건을 물에 적셔서 땀을 닦을 수 밖에.
텐트 옆에 제주도 올레길 표식이 있어서 깜짝놀랐더니 몽골 올레로 적혀있다.
제주올레길 창시자 서명숙씨가 올레길 브렌드 저작권을 몽골과 일본에 팔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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