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3. 몽골 탐사 9일차.
심상치 않게 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고
이른 시각 아침 식사준비를 하려고 일어나니 하늘이 잿빛으로 낮아져 있다.
서둘러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영지를 철수하는데 벌써 한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 망할 놈의 날씨는 꼭 이렇게 심술을 부려야 하는가? 투덜거리면서도 숙영지의 뒷정리를 깔끔하게 마무리 했다.
후스타이국립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받고 차량으로 들어가는데
워낙 넓은 지역이라 공원 안인지 바깥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다.
계곡과 산 능선 하나 탐사할 계획으로 5년 전에 그 위치라고 하는 곳에 도착은 했지만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로 봐서는 도저히 탐사를 할 수 없는 날씨다.
경관이 좋은 곳에 일단 차를 세우고 기념 촬영만 하고 풀밭을 살피는데
빗속에서도 붉은색 큰솔나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차를 돌리던 자리에 대청이 보여서 비를 맞으면서도 촬영을 한다.
대청은 국내 사찰에서 쪽물을 들이는데 이용하기 위하여 재배하기도 했던 재배식물인데
여기서 야생으로 만나니 더 반갑기만 하다.
삼각갯길경 Goniolimon speciosum 한 포기도 빗속의 우리를 위로해 준다.
11시 쯤에 공원 탐사를 포기하고 울란바토르로 출발을 한다.
가는 도중 주유소에서 드뎌 꽃을 피운 지치과 섬꽃마리속 Cynoglossum divaricatum (230p) 을 찾아서 반색을 한다.
이틀 전 중간 마을에서 봉오리도 안 달린 전초만 봤던 터라 여간 반갑지가 않다.
울란바토르에 도착을 하였지만 차량에 막혀서 시내에서는 거의 1시간 30분 정도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했다.
주 도로 이외에는 신호도 없는 거리를 어찌나 뒤엉키는지....
우회전이나 죄회전 차량은 무조건 차머리를 들이미는 그런 교통 지옥에서도 접촉 사고 없이 용케도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공항 쪽에 가까운 울란바토를 외곽에 숙소를 잡았기에 내일 공항까지 가는데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이 들 정도였다.
2시 30분 경에 호텔에서 짐을 풀고 잠시 쉬고 점심겸 저녁 식사로 한국음식을 먹기로 했는데
오랜만의 한식 요리로 만족스럽게 배를 채웠다.
식당으로 오가는 길에도 길 바닥을 들여다 보는데 어느 집 울타리에 심겨져 있던 목본에 또 카메라를 들이댄다.
잎을 보니 폴또기로 보인다. 열매에 털이 많고 앵두보다 큰 게 풀또기가 맞다.
국내에서는 풀또기 보기가 어렵다.
꽃이 화려한 만첩풀또기는 조경수로 많이 심어 두었지만 풀또기는 심은 걸 보지 못하였다.
교장 초임 학교 마당에 한 그루 있었던 게 유일하였는데, 학교를 옮긴 뒤 후임 교장이 그걸 캐내버렸다. ㅠㅠ.
백두산 탐사 때 용정 호텔 주변 공원에서 이 녀석 열매를 담곤 했는데 몽골에서도 이 녀석을 정원수로 심어 놓았다.
까치밥나무속 녀석도 정원수로 심어 두었다.
Ribesnigrum 과는 잎새 모습이 달라 보이는데 Ribesrubrum (448p)에 더 가까워 보인다
몽골의 마지막 날은 비 때문에 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날 1시30분 몽골발 비행기로 귀국 하여 9박 10일의 몽골 탐사를 마무리하였다.
작년 몽골 동부 지역 탐사 때 보다 다양한 식물 종을 보지 못한 것 같았는데
정리하고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다만 초지와 호수변 산지 숲을 가득 채운 꽃무리 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서북부 지역의 숲, 이탄층, 사구, 염습지, 바위산 등의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음에 만족한탐사였다.
몽골의 주유소
몽골 기사 3분
화물열차 거의 500m 가 넘는 듯 어마어마한 길이 였다.
무룬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