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21.
이 녀석 보자고 2년을 별러서 만났다.
여름 장마 기간이나 무더울 때 돋아나니 귀찮아서 못 간 탓도 있고 기회가 닿지 않은 탓도 있다.
아침 일찍 서둘러야 이 녀석 망사치마를 펼진 모습을 볼 수 있으니 6시에 집을 나서서 현장에 8시 정도 시각에 도착을 하였다.
깊은 숲 썩은 나무 둥치 옆에 노란 색 망사 치마가 멀리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작년에 우연하게 한 개체를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무리지어서 돋아나고 쓰러지고 한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
망사치마는 부드러웠지만 탄력이 있었다. 마치 삶은 계란을 담아 파는 망사주머니 같다.
두 녀석이 몸을 비비며 떨어질 줄 모른다. 연인일까? 형제 자매일까?
벌써 생을 마감한 녀석의 머리가 기대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서히 치마를 펼치기 시작한 녀석은 오후가 되면 사그러져서 쓰러져 버린다.
노란망태버섯의 일대기를 살펴 본다.
썩은 생물체 주변을 좋아하는 녀석의 알이 물컹한 해면질에 싸여서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 녀석은 식물이 아니라 균류이다. 그런데 이 알을 보면 동물성이라는 착각에 빠질 것 같다.
서서히 땅 위로 알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드뎌~~! 해산의 고통이 시작된다. 살짝 갈라진 부분이 보인다.
알이 갈라지면서 검은 머리부분이 밖으로 밀어 올려지는데 그런 장면을 잡으려면 적어도 6시 이전부터 지켜 봐야 할 것 같다.
검은 머리와 하얀 기둥이 다 올라오면
머리 아래에서 조금씩 망사 치마가 빠져 나오기 시작하여 서서히 치마를 완성하게 된다.
점심때 쯤 되면 머리부분에서 액채가 흘러내리면서 펼쳤던 치마도 쭈그러지고 몇 시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발치 아래에 모태인 요람이 보인다. 그 옆에는 또 새로은 알이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시간 뒤의 처연한 종말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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