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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나누기/사는 이야기144

가을비 내리는 일요일 2009. 11. 8. 일요일 휴일에 딱 맞춰 가을비가 추절추절 내린다. 둥근바위솔 담으려고 동해안에 나가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이눔의 심술 고약한 하늘이 밉살스럽기 짝이 없다. 오전 내도록 이곳 저곳 카페에 들락거리다가 카메라를 들고 마당으로 나간다. 대문 앞 감나무에 알감이 몇개 대롱대롱 거린다. .. 2009. 11. 8.
겨우 사십 나이에 치매끼가? 교무실에 급히 들어 오는 보건 선생님의 머리카락이 마치 무스를 바른 듯 촉촉하다. "보건 샘 오늘 헤어스타일이 ?" "늦잠 자서 머리 감고 말리지도 못하고 왔구먼." "아닌데? 염색약 바른 거 아녀?" 모닝 커피 한 잔 마시던 샘들 다들 한 마디씩 떠들어 대니 보건샘은 들어 오다 말고 문 앞에 서서 손으로.. 2009. 7. 1.
겨울로 가는 아침 모처럼 몇 가지 일을 해결할 요량으로 엄니와 함께 할 시간을 비워 두었다. 오랜만에 마당에 나가니 아침 풍경이 낯설기 조차 하다. 아랫채 처마 옆 푸석거리는 화분이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더해 준다. 마당 한 켠에 가는잎꽃향유가 하얗게 박제된 모습으로 보라색 가을을 전설로만 추억하고, 가는잎.. 2007. 12. 1.
봄맞이꽃 핀 언덕을 오가며 연수 중임다. 오늘 종일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네요. 매일 하루 네번씩 노란 양지꽃 피어 있는 언덕길을 오가면서 너도 나도 앞다투어 싹트는 풀들을 들여다보며 몇 년만에 찾은 여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제 월요일부터 청주에서 5주간 연수 중이거덩요. 기숙사에서 교원대연수원 건물까지 오가는 길은 정말 아름.. 2007. 10. 4.
내 나이 쉰 오늘 사무실에서 손바닥만한 케잌에 양초 4개 꽂아두고 고깔 덮어쓰고 "해피 버쓰데이.~~!" 했슴다. 왜 양초가 4개 냐고요? 차마 5학년이라고 공개하기 챙피스러워서 우리 사무원 아가씨한테 애교 떨면서 떼를 썼습죠. "어야~! 양초 하나 빼 주라잉?" "빨간 양초 두개 붙여서 꽂을께요 헤헤~!" 그래서 4개로.. 2007. 10. 3.
훌쩍~! 훌쩍~ 그렁~ 그렁~! 주루룩~! 오늘 내 생애 가장 큰 실수로 죙일 우울하다. 다른 부서의 자료가 잘못 제출된 이유도 있지만 내 또한 중요한 실수를 했으니 모는 게 내탓이 되어 버렸다. 하긴 남 탓할 일이 있겠나. 수석이라는 게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 거니까. 웃어른께 난생 처음으로 꾸지람을 들었으니 .. 2007. 10. 3.
3년만에 산에 올랐지라. 야호! 지가요 2시간의 산행을 완주 했습니다요. 오늘 오후 원내 행사로 영국 여왕할매가 다녀가신 봉정사가 앉아 있는 천등산 등산 행사가 있었지요. 원내에서 야생화 고수로는 두번째 쯤 되는 선생님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 같이 가야 풀꽃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추켜세우는데, 제분수 모르고 그.. 2007. 10. 3.
내도 휴가 가고싶다고요. 쌔애애애!!!!!!!! 비비비비............ 씨악씨악! ㅋㅋㅋㅋ...창밖 연구원 뜰에서 이눔 매미들 제철 만났슴다. 사나흘 소나기가 게릴라 전을 펼치더니 어제 부터 더위가 마지막 끝힘을 돋구는구먼요 다들 휴가 잘 보내셨남유? 깜희님과 바다나무님은 손님 치다꺼리 하시느라 더위 식힐 틈도 없으셨고, 복숭.. 2007. 10. 3.
씨이~~! 아빠가 보지 말랬잖아 키 크고 안 싱거운 사람 없다더니. 지난 연수 때 충청도 계시는 도장학사님 한 분 분임 발표 전에 여담 한 마디 하신다기에 다들 귀를 쫑긋하는디. 그 분 며칠 전 우리의 배꼽을 빠지게 한 일이 있던 터라 또 무슨????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 장학사님의 입을 주시하는디. 나이 오십 중반의 .. 2007. 10. 3.
이끼 낀 성벽 저 성벽 어느 오랜 넉시 바람 그 이끼 소매자락 잡은 손끝 떨며 그리운 이 마주할까 발자국 즈민 자리 눈물 떨구고 있는지 2007. 9. 17. 바람난살구꽃님의 이끼 낀 산성 사진에 부쳐 ************************************ 산성 그림을 보다가 불현듯 성벽을 축조하느라 애를 끊은 혼들이 이곳을 얼마나 맴돌고 있을.. 2007. 9. 17.
목마와 숙녀--추억하며 함께 자폭하고 싶은 사람을 추억하기에 격 맞는 계절 가을이 진한 기침으로 안개를 토하고 있다. 희뿌연 외로움은 뒤통수를 간지르고 발바닥 끝 마지막 모세혈관까지 쓰러지려 한다. 진공의 머리 속에서는 외로움이 혀를 빼물고 문고리를 잡아 흔든다. 이 녀석과 혼자서 길 떠나기라도 해야 될 것 같.. 2007. 9. 16.
안평학교의 가을 흰 줄 그어진 운동장 위엔 만국기가 차일을 드리고 노란 윗도리 아이들은 풍선처럼 자꾸만 위로 올라갑니다 에∼ 드높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교장선생님의 인사말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까아만 비닐 구찌백 옆에 끼고 차양 아래 자리 얻은 허리 굽은 할머니 내빈석 다과 접시로 자꾸만 눈길 가다가 색 바랜 손수건으로 애꿎은 탁자만 문지릅니다. 먹기 싫은 새벽 밥에 심통 났던 중률분교장 신주사님 둘째 딸 그 기분 아직 덜 풀려서 출발 선에서부터 운동장에 밭고랑을 만들더니 그나마 넷이서 뛰는데 4등 꼴찌라고 본부석 앞에 와서는 아예 통곡입니다 미운 다섯 살 그 모습 귀여워서 손뼉치며 웃어대는데 마음 좋은 신주사님 어쩔 줄을 모르고 헛기침만 연신 해댑니다. 운동장 가운데에는 빨강 파랑 타이어가 2학년 짜리 조막.. 2007. 9. 7.